게임과 인터넷 서비스의 차이.

Just my thought 2012. 6. 5. 22:33 Posted by Jacky

게임회사에서 이런 저런 시행 착오를 하고 있던 와중에, 우리 팀에 새로운 임무가 부여 되었다. 그것은 딸을 키우는 설정의 육성 게임인 "** ****"라는 게임이었다. 이미 개발은 거의 완료되어 있었고, 어떤 식으로 사업을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게임의 시작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3명의 개발팀의 의지로 시작되었고, 이러한 의지를 본부장님이 지지했기 때문에 성사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나는 사업팀이었고, 수익이라는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를 받아야 했기에, Business Model과 그간 주워들은 몇 가지 잣대들로 게임을 평가해 보기 시작했다. 몇 가지 잣대한 대충 이런 것들이었다.

  • 게임을 처음 접속했을 때, 사용자들이 플레이하기 쉬운가?
  • 밸런싱은 잘 되어 있는가?
  •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있는가?
  • 모바일 환경에서 좀 더 특화 된 요소들이 있는가? (이동성 말고...)
  • 그래픽, 음악 등 게임의 표현 요소들은 어떠한가?
  • 등등등...

여튼, 여러 개똥철학으로 무장한 후 게임을 해 보았을 때의 느낌은, "별루다" 였다. 게임을 구동해 놓고, 뭘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밸런싱은 이해가 되지 않는 정도였다. (육체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면 도덕성이 떨어진다거나...나름 훌륭한 엔딩의 조건에 거의 근접했는데 결과는 빗나가는 딸이 되어버린다거나...) 그리고, 소셜 요소도 없었고, 온라인 게임도 아니었기 때문에, 경쟁도 없고, 업적을 자랑할 수도 없는 패키지형태의 게임이었기에, 지속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은 훌륭했으나,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 수익을 내기는 어렵겠다. (이 부분은 프로젝트가 원래 BM을 고려하지 않은채 진행되었고, 테스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다들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 사용자들이 다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 받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은?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일단 만족할만한 수익은 내지 못했다는 건 맞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운은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수준이 나왔다. (나는 십만 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었으나, 이의 몇 배 수준이었다.) 또한 다운로드한 사용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다운로드 받았던 플레이어들이 열광했던 부분은 어이없게도 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높은 그래픽 퀄리티의 엔딩 수집이었다. 물론 게임을 나쁘게 평가했던 플레이어도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대부분 같았다. 그렇지만, 높은 그래픽 퀄리티의 엔딩은, 이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다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었고, 심지어, 그러한 문제점들을 허들이라기 보다는 도전 정도로 여기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패는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했고, 자신있게 실패를 점쳤던 나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로 부터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게임을 좋아하는데 절대적인 이유는 없다."

"게임의 단점을 찾아내는 것은 게임을 평가하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단점을 먼저 본 사람은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름 주워들었던, 평가기준을 이 게임은 보기좋게 비웃었으며, 설마 그것 때문에 이 게임을 다운 받는 수고를 하겠냐고 생각했던 점이 사람들에게는 이 게임이 준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눈이 틀렸다기 보다는 내가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경험이 대부분이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터넷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효용"을 만드는데 가치를 둔다. 그래서, 개인적인 관심이 있지 않고서야,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 모험을 하지 않고서는 소수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는 만들지 않는다. 이것은 보통 트래픽을 레버리지 해서 Business model을 만드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특성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때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써야하기 때문에, 많은 사함들이 공감하는 기능에, 사용상의 단점을 줄이는데 보통 주안점을 둔다. 그런데, 적어도 이 케이스에서 봤을 때는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단점 보다는 장점이 무엇인지가 훨씬 중요했고, 단점을 극복하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회사에서 보는 다른 게임의 수치도 이러한 점들을 증명해 주었는데, 아무리 인기가 높은 게임이라도, 실제 사용자수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자수에 비할바가 안된다. 그런데, 한 사람이 쓰는 돈의 규모를 보면 완전히 반대다. 인터넷 서비스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료라고 생각하지만, 게임에 쓰는 돈은 들으면 놀랄 정도였으니까.

쓰고 나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게임을 놓고 판단할 때는 자기가 가진 판단 기준으로만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남이 가진 판단 기준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이라는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그런 쓰레기 같은 게임을 좋아하다니!"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옳다 옳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가 아무리 이런 점이 좋다고 설명을 해도, 그 분은 사실 이런 점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며, 그 분이 설명하는 이 게임이 "쓰레기 같은" 이유는 암만 들어도 내가 납득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즉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찾기도 힘들고, 그 이유를 예측한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불가능하다. 게임은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반으로 하고, 거기서 얻고자 하는 것들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인터넷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통계자료 등의 수치를 참고하게 되고, 이것이 상당히 효과가 있다. 이런 리서치를 통해서 대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읽을 수 있고, 여기서 나온 "니즈"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주위 사람들한테 대충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같은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의 니즈는 실생활에서 나오게 되고, 이러한 환경은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을 판단할 때 논리적으로 "왜?"를 따지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일로 보인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처럼 "대중적인"것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게임에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 성공하는 게임을 고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건 왕도가 없어 보인다. 이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을까? 다만, 게임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것 같다. 그것은 "이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함께 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