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컴즈의 구조조정을 보면서..

Just my thought 2012. 11. 14. 10:54 Posted by Jacky

SK 컴즈에서 300명이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각종 매체에서 접하게 되었다. 거의 6년이라는 시간을 그 곳에서 보냈고, 나에게 많은 경험을 해 주게 했던 친정 같은 곳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식에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내가 그 곳을 떠나기 직전에 했던 업무는 메신저 서비스 관련 업무였고, 아이폰이 들어오네 마네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때 서비스 팀 내에서는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과 관심이 있었고, 당시 블랙베리, 윈도우즈 모바일에 심지어 아이폰향의 네이트온 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 보다도 빨랐던 준비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출시는 제 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SKT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SMS 매출이 줄어들것을 걱정한 SKT 관련 팀과 SK 그룹을 생각하시던 분들 께서 출시 반대, 혹은 한 번 메시지를 보낼 때 마다 30원을 과금하라는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담당 실장님과 나는 최선을 다해(?) 설득을 했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GG를 치고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하루는 대표님께서 호출 하셔서 나와 별로 상관 없는 미팅에 불려갔었다. 미팅이 끝난 후, 대표님께서 나에게 던진 한 마디는 이랬다. "메신저 때문에 수고가 많지? 그런데 말이야, 내 생각에는 향 후에는 메신저 서비스의 주도권은 통신사로 가지 않겠어? 그 쪽을 최대한 도와야 하지 않을까?" 라는...뒷통수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폰이 들어오고 변화가 생기면 (물론 그 때는 세상이 이렇게까지 바뀔지는 몰랐다.) 서비스 회사가 통신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다른 세상은 그렇게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리더의 생각은 나와는 정 반대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하고 회사를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폰 3GS를 기쁘게 받아들고 쓰기 시작했다. (SK 계열사에 몸담아서 제공 받을 수 있었던 SKT의 각종 혜택은 과감히 바이바이~~) 그 뒤에 이야기를 들으니, 몇 달 뒤에 스페인에서 열린 MWC에 참석하신 대표님께서 급 스마트폰 대책을 마련하라고 현지에서 지시하셨다는 후문이...그 때도 사실 늦지는 않았겠지만, 각종 계열사 팀킬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진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G-Star에 갔더니, 컴즈 출신의 분들이 많이들 게임회사에서 훌륭한 역할들을 하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 봐도, 불과 몇 년 전 SK 컴즈에는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다. 재능, 열정,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 어느것 하나 떨어지지 않은 분들이 득실 거렸던 곳이 SK 컴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실제로 인정 받으면서 일했던 곳은 컴즈를 나와 옮긴 직장이다. 또, SKT에서 오셨던 임원들 중에서도 정말 훌륭하신 분들도 많으셨다. 지금은 사업을 하시거나 SKT, SKP에 계시지만, 그 분들과 말씀을 나눠보면, SK 그룹이 이래서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핵심 주요 의사결정자나 SK 컴즈를 관리(?)하거나 같이 일하는 듯 이것 저것 요구했던 SKT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SK 컴즈가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한 가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SK 컴즈가 힘들어진 것은, 아쉬워 하며 둥지를 떠나야 했던 300명의 직원이 아니라, 국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가끔씩 갤럭시 S3를 17만원에 뿌려주시는 모회사에 있는 분들의 책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커도 너~~~~~무 커..)

물론, SK 컴즈가 싸이월드를 인수하기 전에는 정말 불쌍하고 갑갑한 회사였다. 메신저는 5위였고, 매달 적자에 SKT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문 닫을 판이었으니까. 하지만, 싸이월드가 잘 되고 있었을 때, 메신저가 상한가를 치고 있었을 때, 그리고, 정말 보석같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을 때, 회사가 이런 기회를 잘 엮어서 모바일 시대를 맞았다면 어땠을까? 솔직히나는 어떤 회사보다도 경쟁력 있는 작품이 나왔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자산을 가지고도 이해 관계자들이 방해를 하면 완전 반대 상황이 나올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말았다.

SK 컴즈 내부적으로 (정확하게는 매니지먼트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번에 그 원인을 제대로 찾고, 다시 한 번 SK 컴즈가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또, 과거 선배들, 매니지먼트,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의 실수와 방해로 인해 정든 회사를 떠나게 된 분들에게도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찾아와 펼치지 못했던 꿈을 실현할 기회가 곧 찾아오길 기원한다.

SK 컴즈, 구성원들, 그리고 한 때 그 곳에 몸담았던 모든 분들. 화이팅.